클롭의 ‘게겐프레싱’ 진화사
압박의 미학에서 효율의 축구로
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에 부임한 2015년, 팬들과 해설진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단연 **‘게겐프레싱(Gegenpressing)’**이었다. 독일어로 ‘역압박’을 뜻하는 이 전술은, 상대가 공을 탈취하는 순간 곧바로 다수의 선수가 압박을 가해 공을 재빨리 탈환하는 방식이다. 단순히 수비를 잘하는 것과 달리,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수비와 공격의 경계를 무너뜨린 전략이었다.
1. 도르트문트 시절 – ‘광폭’ 압박의 탄생
클롭이 처음 게겐프레싱을 완성도 높게 선보인 것은 2010~2013년 도르트문트 시절이었다. 당시 전술의 특징은 단순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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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방부터의 무차별 압박: 공격수가 수비수처럼 뛰고, 수비수도 하프라인까지 전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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짧은 전환 시간: 볼을 빼앗긴 순간, 5초 이내에 재탈환을 시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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팀 전원 참여: 압박 라인이 한 번 시작되면 뒤에서 지원하는 선수까지 합류.
이 방식은 분데스리가에서는 통했지만, 챔피언스리그 후반부에서는 체력 고갈과 뒷공간 노출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.
2. 리버풀 초창기 – ‘에너지 축구’의 전성기
리버풀 부임 초기, 클롭은 도르트문트식 ‘광폭’ 압박을 EPL에 그대로 적용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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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팀 상대로는 경기 주도권을 빼앗지 않고, 압박으로 리듬을 끊어 역습 전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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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팀 상대로는 높은 라인 유지와 볼 탈환으로 공격 점유율 확보.
특히 2017~18 시즌 챔스에서 맨시티를 꺾을 때, 리버풀의 전방 압박은 상대 빌드업을 사실상 봉쇄하며 전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.
하지만 EPL의 긴 시즌과 강도 높은 피지컬 싸움은, ‘90분 풀타임 전력질주’ 전술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드러냈다.
3. 진화의 시작 – ‘선택적 압박’
2019~20 시즌, 리버풀이 EPL을 제패할 때 클롭의 게겐프레싱은 이미 변화를 겪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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압박 구역 제한: 전방 압박을 90분 내내 하지 않고, 특정 구간에서만 강하게 전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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트리거 설정: 상대 풀백이 공을 받거나, 중앙 미드필더가 등진 상태일 때만 압박 시작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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라인 컨트롤 강화: 수비 라인이 필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여 뒷공간 노출 최소화.
이 변화 덕분에 리버풀은 체력 소모를 줄이고, 압박 성공률과 경기당 실점률을 모두 개선했다.
4. 최근 시즌 – ‘하이브리드 압박’
2022~23 시즌 이후, 리버풀의 전술은 ‘게겐프레싱’과 ‘포지셔널 플레이’의 혼합 형태로 진화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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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드블록으로 수비 안정성을 확보하다가, 순간적으로 전방 압박 전환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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빌드업 상황에서는 풀백이 중앙으로 들어와 중앙 압박 거점을 형성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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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원에 맥 앨리스터나 소보슬라이 같은 다기능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압박과 전개를 동시에 수행.
이는 단순히 ‘압박 후 역습’에 그치지 않고, 압박 후 점유 유지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다.
5. 결론 – 게겐프레싱의 미래
클롭의 게겐프레싱은 단순한 ‘에너지 축구’에서, 상황과 조건에 맞춘 지능형 압박 시스템으로 변모했다. 이는 ‘강팀도 약팀도 똑같이 달려든다’는 원시적 압박이 아니라, 데이터·상황 판단·체력 분배를 종합한 고도화된 전술이다.
💡 독자 참여 질문
여러분은 ‘게겐프레싱’이 다시 리버풀의 리그 우승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? 아니면, 이제는 EPL에서 다른 압박 전술이 대세라고 생각하시나요? 의견을 남겨주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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